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이 진짜로 시도 중인 이야기
에어컨 실외기만 한 박스를 마당에 놓으면, 그 안에서 AI가 연산을 돌린다. 공상과학 같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팬(SPAN)이라는 회사가 이런 방식으로 ‘동네 전체를 하나의 데이터센터’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름은 ‘엑스프라(XFRA)’.
어떻게 작동하냐면
박스 안에는 컴퓨터, 냉각 장치, 예비 배터리가 들어 있다. 이 박스들을 여러 집에 걸어 연결하면, 웬만한 데이터센터급 연산 능력이 나온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반적으로 집 전기 설비는 에어컨·건조기·전기차 충전이 한꺼번에 돌아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버티도록 설계돼 있는데, 그 용량을 실제로 다 쓰는 날은 거의 없다.
스팬은 이 남는 전력을 빌려 쓰는 것이다.
새 건물을 짓는 데는 인허가만 몇 년이 걸리지만, 이 박스는 그냥 집에 붙이면 끝. 확산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엔비디아도 함께한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건 엔비디아의 참여다.
엑스프라의 초기 런칭 파트너로 엔비디아가 이름을 올렸고, 각 박스에는 액체 냉각 방식의 엔비디아 RTX PRO 6000 블랙웰 서버용 GPU가 들어간다.
엔비디아 측 마크 스필러 글로벌 에너지 산업 총괄은 “지연 시간이 낮고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컴퓨팅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엑스프라가 이런 흐름에 맞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집주인은 뭘 얻나
박스를 설치하면 프리미엄 전기 패널과 가정용 배터리를 제공받고, 전기·인터넷 요금도 할인된 고정 요금으로 낼 수 있다. 태양광 설치까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 일부 가정에서 테스트 중이고, 올해 안에 100가구로 늘린다. 텍사스를 포함한 전국 확장은 2027년 목표다.
근데, 정말 괜찮을까
한 동네에 수백, 수천 개의 박스가 동시에 돌아가도 과연 괜찮을까?
UT 알링턴의 톈차오 자오 교수는 그 순간 전력망이 감당할 수 있을지가 진짜 관건이라고 말한다. 스팬은 소프트웨어로 실시간 감시하다가, 부담이 커지는 시간대엔 박스 스스로 알아서 전력을 줄이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효율성 논란도 있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냉각 설비를 다 같이 쓰지만, 이 박스들은 집집마다 따로 갖춰야 한다. “작다고 무조건 효율적인 건 아니다”라는 게 UT 달라스 지에 장 교수의 지적.
해킹 위험, 텍사스의 폭염과 한파를 버틸 내구성, 화재 가능성도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의 모양 바뀌나
스팬도 이 박스들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완전히 대체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다만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느는 지금, 이런 분산형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전력·물·부지를 둘러싼 데이터센터 반발이 거센 텍사스에서, 이제 이런 질문이 생겼다.
“어디에 지을 것인가”를 넘어, “앞으로 데이터센터는 어떤 모양인가.”